중요한 건 항상 유동성이다. 유동성은 우리 투자자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260818

주식에 투자하든 부동산에 투자하든 일차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돈의 양과 흐름’이다. 증시 격언에 ‘수급이 재료에 우선한다’는 말처럼 돈의 힘으로 밀고 올라가는 장세는 개별 재료로 움직이는 장세보다 폭발적이다. 넋 놓고 가만히 있다 보면 ‘어어’ 하며 당황하는 사이에 시세는 앞서서 저만큼 달아나버린다. 멀리 달아나버린 시세를 두고 한탄한들 아무 소용없는 일. 주변에 재테크로 재산을 축적한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이 대세 상승장에 어떤 방식으로든 올라탔던 사람들이다. 반대로 재테크에 실패한 사람들은 이 대세 상승장을 넋 놓고 바라봤거나 아니면 막차를 탔던 사람들이다. 큰 흐름은 늘 사람들의 재산의 크기를 바꿔놓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했던 대세 상승장 뒤에는 모두 ‘유동성’이 자리 잡고 있다. 유동성이란 자산을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경제학 용어다. 2000년 전까지 우리나라 증시를 돌이켜보면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돌파한 적이 모두 세 번 있었다. 1989년 3월, 88 서울 올림픽 특수와 3저 호황에 힘입어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돌파했고, 1994년 9월과 단군 이래 최대의 장이었다는 1999년 7월에 1000포인트를 넘어섰다. 이 대세 상승장의 특징 중 하나는 시중 유동성이 풍부했다는 점이다. 주식시장뿐만 아니다.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다. 2001년부터 급격하게 오른 부동산 값을 끌어올린 힘도 시중 유동성이었다. 단순 계산으로 IMF 환란 이전 부동자금은 176조 원에 불과했지만 환란 이후에는 400조 원 가량으로 늘어났다. 돈이 두 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이 돈이 부동산시장으로 앞다투어 몰려오면서 부동산 대란이라는 말을 유행시켰고 부동산 값 폭등을 연출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과거의 경험을 금세 망각하는 경향이 있다. 부동산 값이 오를 때마다 전문가 중에서 대세 상승을 점치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상승세로 돌아서자 많은 전문가가 상승장이 지속된다는 쪽에 표를 던졌다. 전문가들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과거에도 되풀이됐던 일이다. 경제의 역사는 늘 이런 식으로 반복된다. 

코스톨라니는 ‘통화량 및 신주 발행’과 ‘심리적 요소(낙관주의 또는 비관주의)’, 이 두 가지가 증권시장의 시세를 결정짓는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다음과 같은 수학적 공식으로 표현했다. 

시세 = 돈 + 심리 

이 두 가지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유동성’이다. 대중들의 심리는 변덕스럽기 때문에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코스톨라니는 “중요한 건 항상 유동성이다. 유동성은 우리 투자자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정부의 금리 정책은 (단기적으로) 모두에게 공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심리적 분위기는 절대 예측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럼 왜 유동성이 중요한가? 코스톨라니의 말을 계속 들어보자. 

“여기서 돈이라는 요소를 나는 증권시장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돈으로 이해했다. 만약 돈이 꾸준히 채권의 높은 이자율에 투자되면, 그리고 만약 은행이 정기예금에 높은 이자를 지불하게 되면 주식을 살 수 있는 돈은 아주 조금밖에 남지 않는다. 간단히 말하면, 돈이라는 요소는 장기 금리에 달려 있다.” 

그는 비유의 대가답게 더 나아가 이 원리를 ‘큰 대야’와 ‘작은 대야’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큰 대야에는 전체 경제의 돈이 들어 있고 작은 대야에는 증권시장의 돈이 들어 있다. 대출 증가, 외환 유입, 무역 수지 흑자 등으로 큰 대야에 물이 들어오는 반면 기업이나 개인들이 돈을 덜 필요로 하면 그 물은 넘쳐 작은 대야로 흘러들게 된다. “물이 넘치면 넘친 물이 작은 대야, 즉 증권시장으로 떨어지고 그 결과 주가는 오른다.” 

여기서 우리가 유동성을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코스톨라니는 “유동성의 변화는 장기적으로는 아니지만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추적할 수 있다. 중앙은행의 결정, 큰 은행들의 대출 정책 등에서 어떻게 될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중앙은 행의 결정과 은행들의 대출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고? 그렇다. 최근의 부동산 값 상승세를 살펴보자. 부동산 값 상승세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공통적으로 나오는 얘기는 저금리, 즉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다. 

부동산 쪽에 시각을 좁혀 살펴보면 금리가 낮아지면 유가증권 쪽에선 채권값이 오른다(채권 금리가 낮아진다). 특히 유동성이 많고 돈의 힘으로 밀고 가는 장세라면 환금성이 높은 순으로 가격이 오른다. 돈은 자신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들, 즉 세금이나 환금성 등이 떨어지는 자산으로는 늦게 가는 속성이 있다. 부동산 자산 중에서도 환금성이 높은 아파트→오피스텔→상가→토지 순으로 돈이 흘러간다. 부동산이 폭등했던 1980년대에도 이런 현상이 그대로 나타났었다. 우리나라만 그렇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2000년대 초반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미국, 영국, 호주 등의 부동산도 두 배 가량 올랐다. 그리고 이들 나라에서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패턴으로 시중 자금이 흘러들어갔다. 또 한 가지 살펴볼 것이 있다. 코스톨라니가 얘기한 ‘큰 은행들의 대출 정책’이다 코스톨라니의 주장은 주식시장에 국한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위대한 투자가들의 주장은 앞서 얘기했듯이 주식시장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부동산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된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곳은 금융기관이었다. 금융기관은 ‘주택담보대출’을 앞다투어 판매하면서 부동산시장에 충분한 실탄을 공급해줬다. 시중 은행도 상호저축은행도 보험사도 주택담보대출에 총력을 기울였다. 혹시 1999년과 2000년도에 주식 투자를 해본 투자자라면 ‘주식담보대출’이란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시중은행과 상호저축은행이 투자자가 갖고 있는 주식을 담보로 주식 투자 자금을 빌려주었다. 증시가 상승세이다 보니 돈 떼일 염려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동산담보대출과 주식담보대출의 차이점은 대출 대상이 다르다는 것일 뿐 매커니즘은 모두 동일하다. 그러면 큰 은행들의 대출 정책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경제신문의 금융면을 읽어 보면 한 달이 멀다고 은행 대출정책이 나온다. 신문을 읽어 보시길….

이상건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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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2005년에 초판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20년이 지난 지금 읽었을 때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경제는 불경기와 호황기를 거치면서 순환하고 있고, 이에 따라 금리를 비롯한 경제 정책 또한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오늘날의 시장이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사람의 심리가 매일같이 바뀌고 있으며, 사람들의 기억이 망각되는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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