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알렉스 스튜어트는 영국 옥스포드 유지의 딸이었던 게야. 집이 무슨 궁전이더라고! 화장실만 일곱 개라 그랬나, 뭐랬나?
고졸 백수야, 참 사람이 간사한 게 말이야, 알렉스의 땀내가 갑자기 샤넬 넘버 파이브의 향기로 바뀌더라. 알렉스! 너, 너란 여자! 손톱에 낀 검은 때마저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 진실한 사랑이란…… 원래 그런 거잖아. 내가 무슨 말 하는 건지, 고졸 백수 넌 잘 알지?
그런데 집이 그렇게 화려한 것치고는 그녀가 이렇게 작은 스튜디오에서 사는 게 이상하잖아? 그래서 그녀에게 물어본 거야. 이런 부잣집 따님이 왜 이렇게 작은 원룸에서 살고 있냐고 말이야.
알렉스의 대답은 시원시원했어.
“이제 10대가 아니라 성인이니깐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게 당연한 거지. 언제까지 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해? 너희 나라에서는 20대가 되어서도 부모의 도움을 받는 거야?”
집도 돈도 부모의 것이고 자기 자신도 성인인 만큼 생활비 정도는 스스로 벌어 쓴다고 하더라고. 새벽에 인근 허브농장에서 허브 따는 알바를 잠시 하고 오는데 시간이 늦을 땐 미처 샤워를 못 하고 땀 흘린 상태로 학교에 가느라 손톱에 흙이 끼고 좀 그랬다고 하더라.
고졸 백수야, 알렉스가 말하던 그때! 나 완전…… 뭐랄까? 손흥민이 찬 프리킥에 머리를 강타당한 느낌이었어! 그러고 보니 말이야. 영국, 미국, 호주, 일본 같은 선진국 출신 학생들은 부모에게 재정적인 도움을 받기보다는 주말 알바로 생활비 정도는 스스로 벌더라.
그런데 인도네시아 친구, 베트남 친구, 그리고 나랑 ‘본다이비치’라는 해변에 놀러가 미친 듯이 뛰어다니다 갑자기 입에 게거품을 물고 기절했던(자기 나라에는 바다가 없어서 바닷물이 짠지 모르고 벌컥벌컥 마셨다고 했다) 몽고 친구 헤이 등 나를 포함한 가난한 나라 출신들은(1998년 당시 한국은 개발도상국이었고 IMF 외환위기 상황이어서 특히 힘들었다) 다들 놀면서 용돈이 떨어지면 바로 집으로 전화했지.
“엄마!”
그러면 각국의 엄마들은 그 엄마 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는 바로 돈을 쏴주는 게 일상이었지. 그때, 이게 바로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라는 것을 느꼈어. 나는 알렉스의 말을 듣고는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라 누런 와플에 빨간 딸기 시럽을 흠뻑 뿌린 모습이 돼버린 거야. 이 친구들은 다들 자기 나라에서 장군 아들, 중견기업 사장 아들이었거든.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눈 옆에 몽고반점이 있었던 인도네시아 친구는 집 근처에서 군중들이 시위하고 있을 때 자기 아빠가 헬기를 보내주었다나 뭐라나.
난 아무것도 없는 놈이 집에 전화해서 “엄마!” 그러면 그 구슬픈 음색만 듣고도 우리 어무이는 “와? 용돈 떨어졌나? 우리 아들 거기서 기죽지 말고 지내그래이”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돈을 부쳐주시곤 했지. 고졸 백수야! 나 좀 못났제? 내 같은 놈이 많으니까 우리나라가 가난을 면치 못하는구나 싶더라고. 스물넷의 바이런베이는 정신머리가 없었어. 애초부터!
그러고는 그다음 날 자고 일어났는데, 또 정신 못 차리고 늦잠 자는 나 자신을 보았어. 화장실에 세수하러 갔다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콧등에는 눈곱이 붙어 있고 입가에는 침이 하얗게 말라 있는 게 짜증이 쓰나미처럼 확 밀려오더라.
“마! 니 자러 왔나! 너거 엄니는 대출이자 갚는다고 고생하고 있는데 니는 비싼 돈 내고 처자러 왔냐고!”
바이런베이 [젊은 부자의 법칙 / 토트]
개인의 생각이 다르고, 부모님들의 생각 또한 다르기에 자식을 향한 행동들이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자식을 위한 부모의 진심어린 마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자식의 앞날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겠죠. 제 자신에게 쓴소리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지금 니 레벨에 잠이 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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