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경과가 가져오는 힘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260826

위대한 투자가들과 나와 같은 범부는 ‘시간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 우리네 같은 범부는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할 때 빨리 승부를 보기 원한다. 그리고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번 사람의 얘기에만 귀를 기울인다. 심지어 숭배하기조차 한다. 재테크 담당 기자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지금 어디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요?”라는 것이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안단 말인가? 처음에는 그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허둥거렸지만 하도 이골이 나서 대답이 절로 나왔다. “그걸 알면 제가 뭐 하러 윌급 받아 가면서 기자 생활 하겠어요? 아예 돈을 왕창 벌어서 언론사를 차려 버리죠.” 

위대한 투자가들은 마치 자신의 인내심을 테스트라도 하듯이 돌부처처럼 가만히 앉아 있기도 하고 게으름뱅이처럼 움직이기도 한다. 심지어 워런 버핏은 자기 자신을 게으름뱅이 투자가라고 말하고 있다. 나도 처음에는 위대한 투자가다 보니 이렇게 여유 있게 기다릴 수 있나 보다 하는 착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들은 시간을 자기 편으로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위대한 투자가들이 시간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이유는 수치로도 증명할 수 있다. 

지난 2001~2003년 동안 부동산 값이 급등하면서 소위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집 한 칸 없는 사람들이 느끼는 박탈감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한 시기였다. ‘누구는 어디 아파트를 사서 얼마를 벌었네’, ‘누구는 지방 어디에 땅을 사서 몇 배를 남겼네’ 하는 얘기가 끝도 없이 나돌았다. 사람들은 과거의 일은 대부분 망각한 채 최근의 일만 얘기하는 경향이 있다. 부동산 값 상승세를 둘러싼 논의도 마찬가지다.

지난 1989년 말 부동산 값 폭등 이후 부동산시장은 10년간 조용한 상태였다. 일부 재료가 있는 곳이라도 2001~2003년과 같은 폭등세는 없었다. 심지어 IMF 환란 이후인 지난 1997년 말~1999년까지는 그 이전 시기보다 가격이 하락한 곳도 많았다. 10년 동안 큰 시세를 내준 시기는 단 2년 남짓 이었다. 부동산이 늘 돈을 벌어준 것이 아니라 단 2년 동안에 돈을 벌어준 것이다. 문제는 그 2년의 시기를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앞서 얘기했듯이 신의 영역이다. 그래서 훌륭한 투자가들은 좋은 부동산을 쌀 때 사놓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이루어진 한 조사에 따르면 ‘투자수익의 80~90%는 전체 보유 기간 중 2~7% 사이의 기간 동안 발생한다’고 한다.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근래에 돈을 번 사람들의 얘기는 들을지언정 제대로(?) 투자해서 돈을 번 사람들의 얘기는 들을 수 없는 것이다. 인내심을 발휘해 돈을 번 사람들은 한 번 시점을 맞춘 것을 가지고 떠벌리고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투자 수익은 인내심의 결과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시간에 대해서는 일본의 유명 펀드 매니저 사와카미가 쉽고 명료하게 정리해 놓고 있다. 사와카미 씨는 장기 투자의 핵심을 “시간의 무게를 내 편으로 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투자 수익은 힘과 힘이 서로 부딪친 결과 더 힘이 강한 쪽으로 굴러가면서 생긴다. 시장에서의 힘과 힘의 충돌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힘의 관계는 인간의 이해와 심리가 복잡 다양하게 얽혀 있어 변하기 쉽기 때문이다. 

단기투자자는 인간의 이해타산과 심리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는 힘의 관계만을 뒤쫓아 순간순간 승부한다. 장기 투자에서는 시장에서의 힘의 관계 변화는 제쳐두고 상관하지 않는다. 그보다 시간의 경과가 가져오는 힘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나와 절친한 선배 중에 월급쟁이 생활을 하면서 10억 원 이상의 돈을 모은 사람이 있다. 그 선배의 투자관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는 절대 배당을 주지 않는 주식은 사지 않는다. 은행 금리 이상의 배당 수익률이 나오지 않는 주식은 삼성전자라도 제쳐 놓는다. 그래서 그가 가지고 있는 종목은 대부분 중소형 우량주인 경우가 많다. 그는 자신의 관심 종목 리스트를 만들어놓고 과거 최저가에 근접하면 그때부터 매수에 들어간다. 특별히 회사 경영상의 변화가 없으면 1년이고 2년이고 무작정 기다린다. 

주가가 오르지 않을 때는 그냥 배당금만 받는다. 마치 정기예금의 이자 받듯이 말이다. “팔지 않으면 손해를 본 것이 아니니 배당금 받으면서 그냥 기다리는 게 내가 하는 일의 전부”라고 선배는 말한다. 게다가 당시에는 정부가 장기 투자를 유도할 목적으로 1년 이상 보유한 주식에 대해서는 배당금에 대해 비과세를 하기 때문에 이런 식의 배당 투자는 은행 금리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리는 길이라는 게 그 선배의 주장이었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주식 투자는 결코 위험한 게 아니야. 주가가 언제 오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장치 (배당금)를 갖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후 주가가 오르기를 기다리는 게 최선이지.”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다. 주식 투자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부동산 값이 올라야 비로소 부동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이런 태도는 시장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앞서 지적했듯이 불황기에 좋은 물건을 싸게 사서 기다리는 게 더욱 효과적이다.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서 큰 시세는 늘 10년 기간 중 2~3년 동안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여기서 훌륭한 투자가들이 언제나 안전 마진 개념을 자신의 상황과 투자 스타일에 맞게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앞서 얘기했듯이 위대한 투자가들은 대부분 매우 보수적인 투자자들이다. 보수적 투자 태도의 극단을 보여주는 워런 버핏은 안전 마진과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성의 틀에 분쇄해 넣기만 하면 주식 투자를 합리적으로 잘할 수밖에 없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이 원칙들은 결코 복잡한 것들이 아니다. 수학적 재능 같은 건 필요하지도 않다. 그렘이엄은 주식을 기업의 작은 파편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파동을 적이 아니라 동지로 봐야 하며, 어리석은 행위에 같이 빠져들지 말고 그것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레이엄은 『현명한 투자자』의 마지막 장에서,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단어는 ‘안전 마진’이라고 말했다. 100년이 지난 뒤에도 이 세 가지 원칙은 건전한 투자의 초석으로 간주될 것이다.”

이상건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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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를 만드는 다양한 방법 중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투자를 하는 것이겠죠. 돈은 조바심을 느끼는 사람에게서 떠나 인내심이 있는 사람에게로 모인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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